'한국연구재단총서 오늘의 한국지성' 두 번째 책. 과학기술에 의해 야기되는 인간 정체성의 변화 ― 즉 인간 종의 차원, 개인의 차원, 젠더의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일어나는 급진적 인간 변화는 우리들이 지닌 기존의 사고방식과 개념체계를 바꾸고 인간의 삶의 방식마저 바꿀 수 있다.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행위 능력과 행위 가능성을 급속도로 확장시키고, 이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하게 된다.
기술 시대에 제기되는 이러한 문제들의 배후에는 기술이 지향하는 사고, 즉 인간성을 부정하는 기술 전체주의 사고가 놓여 있다. 인간의 위기를 불러온 그 문제들은 인간성을 극복의 대상으로 삼는 인간 부정의 사고에서 기인한다. 그리하여 기술 시대의 인문학은, 기술이 낳은 인간 부정의 의미체계를 인간 긍정의 의미체계로 전환함으로써 인간성의 가치를 회복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.